‘독파모’ 결전의 달 — 국민 200명이 뽑는 국가대표 AI, 4팀 중 3팀만 산다
독파모
국가대표 AI
소버린 AI
파운데이션 모델
미국의 오픈AI·앤트로픽, 중국의 딥시크·Zhipu가 세계 AI 패권을 다투는 지금, 한국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그 답이 이번 달 윤곽을 드러냅니다. 국가대표 AI를 뽑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독파모)’가 결전의 달에 들어섰습니다. LG AI연구원·SK텔레콤·업스테이지·모티프테크놀로지스 4개 정예팀이 개발을 마쳤고, 8월 8~11일 일반 국민 200명이 직접 써보고 평가하는 전례 없는 관문을 거쳐, 이르면 12일 4팀 중 3팀만 살아남는 2차 평가 결과가 나옵니다. 정부는 이번 관문을 통과하면 “세계 3위를 넘어 2위권까지 도전할 기술력”이 갖춰진다고 봅니다. GPT·제미나이 없이 우리 손으로 만드는 AI, 그 현주소를 정리해 봅니다.
독파모가 뭔가 — ‘국가대표 AI 선발전’
독파모는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독자적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해 전 국민이 쓰도록 하는 국가 프로젝트입니다. 이재명 정부의 ‘AI 3대 강국 도약’ 공약의 핵심 사업으로, 이전 정부의 ‘월드 베스트 LLM(WBL)’ 프로젝트가 새 정부에서 이름을 바꿔 확대된 것입니다. 정부는 2027년까지 5,300억 원 규모로 GPU(팀당 500장에서 1,000장 이상으로 확대), 데이터, 인력을 지원합니다.
운영 방식이 독특합니다. 마치 스포츠 국가대표 선발전처럼, 여러 팀을 뽑아 6개월마다 평가로 탈락시키며 최종 승자를 가리는 서바이벌 구조입니다. 목표도 명확합니다 — GPT나 제미나이 같은 글로벌 모델의 95% 이상 성능을 확보한 한국형 독자 AI를 만드는 것. 선정되면 ‘K-AI 모델’, 개발사는 ‘K-AI 기업’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습니다.
1차의 충격 — 네이버·NC AI의 탈락
이 프로젝트가 화제가 된 결정적 장면은 지난 1월 1차 평가였습니다. 당초 5개 팀 중 1팀만 탈락시킬 예정이었는데, 국내 포털 1위 네이버클라우드와 게임 AI 강자 NC AI가 나란히 탈락하며 업계가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특히 네이버의 탈락 사유가 상징적이었습니다.
⚠️ ‘프롬 스크래치’ 원칙 — 단순 파인튜닝은 안 된다
정부는 해외 AI 모델을 단순히 미세조정(파인튜닝)한 ‘파생형 모델’은 독자 AI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종합 점수로는 상위 4팀에 들었지만,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처음부터 자체 개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전문가 판단으로 탈락했습니다. NC AI는 독자성 결격은 아니었으나 종합 점수 경쟁에서 밀렸습니다. ‘진짜 우리 기술로 만들었는가’를 성능만큼 엄격히 따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장면입니다.
탈락한 네이버·NC는 재도전하지 않기로 했고, 최종 5팀에 못 들었던 카카오도 패자부활전을 포기했습니다. 대신 정부는 추가 공모로 모티프테크놀로지스를 선발해, 현재의 4팀 병렬 체제(LG·SKT·업스테이지·모티프)가 완성됐습니다.
결전의 4팀 — 저마다의 필승 전략
| 정예팀 | 대표 모델 · 강점 |
|---|---|
| LG AI연구원 | 엑사원(EXAONE) 계열. 1차 사용자 평가에서 25점 만점을 받은 선두주자. 연구·산업 응용에 강점 |
| SK텔레콤 | 통신 인프라·데이터 기반. 에이닷 등 실서비스 연계와 대규모 운영 역량 |
| 업스테이지 | ‘솔라 오픈2 프리뷰’ 공개. 추론·도구 호출 강화, 포털 다음에 검색·요약·에이전트 적용 계획. 경량화(노타 협업)로 기업 실용성 강조 |
| 모티프테크놀로지스 | 후발주자지만 ‘모티프3 프리뷰’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지표에서 44점, 글로벌 오픈소스 3위권 기록하며 추격 |
2차 평가의 승부처는 1차와 다릅니다. 1차가 벤치마크 성능과 독자 개발 여부였다면, 2차는 복잡한 업무를 스스로 판단·수행하는 ‘에이전틱 AI’ 역량과 실제 B2B 현장에서의 운영 효율성이 핵심 기준입니다. 앞서 다룬 챗GPT 워크·AI 에이전트 흐름이 국가대표 선발 기준에도 그대로 반영된 셈입니다. 벤치마크도 글로벌 주요 리더보드를 타깃으로 국제 기준에 맞춰 개선되고, ‘프롬 스크래치’ 이행 수준을 단계별로 차등 평가하는 독자성 세부 지표도 새로 도입됩니다.
이번의 하이라이트 — 국민 200명이 심사위원이 된다
2차 평가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일반 국민 200명이 직접 참여하는 사용자 평가입니다. 벤치마크 점수와 전문가 심사에 더해, 8월 8일부터 11일까지 선정된 국민 평가단이 4개 모델을 직접 써보고 평가합니다. 평가단은 주민등록 인구 통계 기준으로 성별·연령 비율을 맞춰 선정돼 대표성을 높였습니다.
이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닙니다. 생성형 AI가 일상과 산업으로 퍼지면서 성능 수치뿐 아니라 사용자가 체감하는 편의성·신뢰성·활용 가능성이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과기정통부는 세부 평가 기준과 결과를 8월 중 일괄 공개해, AI 개발 과정의 투명성과 현장성을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왜 이걸 하나 — ‘소버린 AI’라는 국가 전략
독파모의 배경에는 ‘소버린(주권) AI’라는 세계적 흐름이 있습니다. 소버린 AI란 한 국가가 독립적으로 운영·통제할 수 있는 AI를 뜻합니다. 지금까지 이 블로그에서 다뤘듯, 미국은 안보를 이유로 최전선 모델의 해외 접근을 제한하고, 중국은 자체 모델·칩으로 수직 자립에 나섰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국 AI에만 의존하면 기술·문화·경제·안보적으로 종속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습니다.
실제로 미국이 특정 AI 서비스 접근을 제한하자 여러 나라의 AI 생태계가 흔들린 사례가 있었고, 이것이 각국의 소버린 AI 경쟁에 불을 붙였습니다. 중국·일본·프랑스·영국·인도·동남아가 모두 자체 AI 구축에 나선 이유입니다. 한국의 독파모도 이 흐름 위에 있습니다. 우리말과 우리 문화·법·제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유사시에도 통제 가능한 AI를 우리 손에 두겠다는 것입니다.
냉정하게 — 넘어야 할 현실
① ‘95% 성능’이라는 목표의 무게
목표는 글로벌 최상위 모델의 95% 성능이지만, 최전선은 지금도 빠르게 전진하고 있습니다. GPT-5.6, 클로드, 제미나이가 계속 진화하는 만큼 ‘따라잡기’는 움직이는 표적을 쫓는 일입니다. 프리뷰 모델들이 글로벌 오픈소스 3위권 성능을 보였다는 평가는 고무적이지만, 상용 최전선과의 격차는 여전히 숙제입니다.
② 자원의 현실 — GPU와 데이터
지난 Zhipu·화웨이 글에서 봤듯, AI 개발의 승부는 결국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에서 갈립니다. 5,300억 원과 GPU 1만 장 지원은 의미 있는 규모지만, 조 단위를 쏟아붓는 글로벌 빅테크와 비교하면 제한적입니다. 한정된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가 관건입니다.
③ 개발 그다음 — ‘쓰이게 만드는’ 생태계
모델을 잘 만드는 것과 실제로 국민·기업이 쓰게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오픈소스로 공개해 다양한 서비스가 그 위에서 자라나는 생태계가 형성돼야 진짜 성공입니다. 2차 평가가 ‘현장 적용성’과 ‘에이전틱 역량’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마치며 — 우리 손으로 만드는 AI의 분수령
정리하면, 독파모는 미·중이 주도하는 AI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이 ‘AI 주권’을 확보하려는 국가적 시도이며, 이번 8월이 그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분수령입니다. 지금까지 이 블로그에서 다뤄온 국산 NPU(AI의 연산), 월드모델(AI의 이해), 그리고 오늘의 독파모(AI의 모델)가 모두 ‘한국이 AI를 남에게 빌리지 않고 스스로 만든다’는 하나의 목표로 이어집니다. 국민 200명이 심사위원석에 앉는 이 독특한 선발전이, 우리말을 가장 잘 이해하고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진짜 우리 AI’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 8월의 결과를 함께 지켜볼 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독파모(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가 무엇인가요?
챗GPT·제미나이 같은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해 전 국민이 쓰도록 하는 국가 프로젝트입니다.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2027년까지 5,300억 원을 투입해 GPU·데이터·인력을 지원하며, 6개월마다 평가로 팀을 압축하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Q. 이번 2차 평가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벤치마크 평가, 전문가 평가, 그리고 일반 국민 200명이 직접 모델을 써보는 사용자 평가로 구성됩니다. 국민 평가는 8월 8~11일 진행되며, 성별·연령 비율을 맞춰 선정됩니다. 이르면 8월 12일 4개 팀(LG·SKT·업스테이지·모티프) 중 3팀만 남기는 결과가 발표될 전망입니다.
Q. 왜 해외 AI를 쓰지 않고 독자 모델을 만드나요?
특정국 AI에만 의존하면 기술·문화·경제·안보적으로 종속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소버린(주권) AI’ 문제라고 하며, 미국의 모델 접근 제한과 중국의 자체 AI 자립 흐름 속에 각국이 자국 AI 구축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말과 문화·제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유사시에도 통제 가능한 AI를 확보하려는 것이 독파모의 취지입니다.
